농지 매입 때 손해 최소화 위해 알아둬야 할 기초사항
도시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요즘 농지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마 귀촌 등의 이유겠지요.
농지는 말 그대로 농사를 위한 토지입니다. 하지만 농사용으로 농지를 찾는 사람들은 아주 드뭅니다. 10명에 1명도 되지 않는 듯합니다.
농지는 법적으로 쉽게 집 등을 지을 수 있는 땅과 그렇지 않은 땅으로 나뉩니다. 한국의 시골 지역,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거칠게 농지를 나눠본다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조금 더 세분하면 대략 5가지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계획관리, 생산관리, 보전관리, 농업진흥구역, 농업보호구역 이렇게 말입니다.
크게 보면 산지도 농업용으로 쓸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산지는 또 산지법에 따라 추가적으로 구분됩니다.
산지가 아닌 순수한 일반 농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위의 5가지 토지는 어느 정도 가치를 메길 수도 있습니다. 즉 조건이 동일한다면, 계획관리>생산관리>보전관리>농업보호>농업진흥 등으로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순서는 말 그대로 대체적인 경제적인 가치일 뿐, 경치가 수려하다거나 전망이 좋다거나 교통 등 접근성과는 무관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동일한 조건일 때 사회경제적으로 가치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농지를 미래 경제가치 측면에서 본다면, 일반적으로는 역시 계획관리>생산관리>보전관리>농업보호>농업진흥 등의 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적 관점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역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획관리 토지의 경우 시세에 맞춰 매수한다면, 장차 가격 하락의 가능성이 가장 적습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말하면, 이득을 남길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농업진흥구역으로 분류된 토지는 가격이 다른 용도지역(구역)의 토지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장차 이득이 가장 클 수도 있습니다. 물론 큰 이득을 남길 확률은 일반적으로 계획관리 토지보다 떨어집니다.
토지에 대한 법적 구분, 즉 용도 등을 중심으로 한 분류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보통은 제일 가치가 떨어지는 농업진흥구역의 토지가 경우에 따라서는 계획관리지역으로 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수도권에서 이른바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주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습니다. 택지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주거용 토지로 변경토록 한다는 게 골자인데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듯, 토지주들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고 가정할 때 말입니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은 십중팔구 농업진흥구역이라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땅값이 주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곳의 용도를 법적으로 상향 조정한다면 땅값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여기서 이해가 갈리는 것입니다.
땅이 거창한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이 되는 데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법적 규제가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땅은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는 게 마땅합니다. 집을 짓고 싶은 사람, 공장을 설립하려는 사람, 혹은 경작을 원하는 사람들의 차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책 당국 입장, 즉 시민 전체의 입장에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토지의 용도 등에 대한 법적 규제를 최대한 느슨하게 한다면, 난개발 등은 불 보듯 뻔할 것이고, 그로 인한 후유증 혹은 부작용은 당대 혹은 후세들이 고스란히 떠 앉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참 쉽지 않은 대목입니다.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말입니다. 물론 정책 당국으로써도 큰 숙제이고요.
갑싼 임야가 좋기는 한데….
“안녕하십니까? 부동산이죠. 저렴한 임야 좀 찾습니다.” 최근 들어 꽤 많은 손님들이 이런 내용으로 전화를 해 옵니다. 곰나루 복덕방의 경우 하나의 흐름이라고 할 정도로 ‘저렴한 임야’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되묻습니다. “혹시 임야 관련해서 정부가 무슨 혜택을 준다든지, 지원을 해주는 게 있나요?” 돌아오는 답을 보면, 딱히 그런 것은 없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임야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재발견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과거에는 임야의 경우, 흔히 잡목이 우거진 상태에서 묘 자리로 쓰기 위해서 혹은 밤나무 같은 걸 심기 위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약초를 재배하거나 나물 종류 채취, 또 더 나아가서는 가축을 키우거나 태양광 발전부지 활용까지 염두에 두는 등 목적하는 이용 계획이 보다 폭 넓어진 듯 합니다. 아참, 꿀벌을 키우려고 임야를 찾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야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밭이나 논보다는 가치가 떨어지는 토지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서구의 경우, 단위 면적당 생산성에서 임야가 전답을 능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산악국가인 스위스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임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지요.
‘저렴한 임야’를 찾는 분들이 많은 것만 봐도, 임야는 싸게 살 수 있는 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임야는 정말 저렴할까요?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습니다. 임야는 공시지가,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 등을 보면 대체로 단위면적 당 가격이 싼 토지임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각종 법적 규제나 현황, 즉 도로가 나있는가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한가 등을 기준으로 한다면 딱히 싸다고만도 볼 수 없습니다. 임야는 특히 밭과는 달리 대부분 농림지역 보전산지 등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런 규제가 없다 하더라도 상당한 경사가 있고, 진입로를 내기 어려운 등의 단점이 두드러지는 예가 흔합니다.
바꿔 말해, 이런 저런 가치를 감안하면, 임야가 결코 싼 토지일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렴한 임야를 찾는 분들은 흔하디 흔한 임야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물로 나왔는지 여부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귀한 임야, 찾기 힘든 임야를 사고 싶다고 하는 거지요.
일반적으로 귀한 임야, 찾기 힘든 임야의 대표적 조건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첫째 길이 있어야 한다. 지적상도로가 있으면 더욱 좋고, 아니면 임도든 뭐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현황 도로가 있어야 한다. 둘째, 경사가 완만해야 한다. 딱히 경사를 콕 짚어 말씀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높아도 15도 이상은 곤란하고 밭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완경사일수록 좋다. 셋째, 남향이면 금상첨화이다. 넷째, 장차 전원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이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딱이다.
대략 위와 같은 4가지 조건을 갖춘 임야는 참 드뭅니다. 땅 주인이 팔고 안 팔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헌데 귀한 것은 둘째 치고 이런 물건은 값이 근본적으로 쌀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시골 토지, 즉 논, 밭, 과수원, 임야 중에서 일반적으로 밭이 가장 값이 많이 나갑니다. 단가는 임야가 제일 저렴하고요.그런데 임야로써 경사가 낮고 남향이며 길이 나있고 집을 지을 수 있는 용도지역의 토지라면, 보통은 밭보다 더 비쌉니다.
요컨대, 완경사 남향에 관리지역 토지로 맹지가 아닌 땅은 가장 선호되는 토지라는 뜻입니다. 이런 임야를 찾으시는 분들이 앞에다 ‘저렴한’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일 경우 곰나루 중개사 같은 업자는 겁나게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어떤 남자분이 여름에는 해드는 시간이 짧고, 겨울에는 해가 오랫동안 드는 토지를 찾아 달라고 해서 난감해한 적이 있는데요.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면 거래성사 어렵다
“가격 조정 됩니까?” 복덕방 일을 하면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입니다. 물론 매도자가 아닌, 매수자 측에서 건네는 얘기입니다. 시골 토지의 경우, 가격 평가를 제대로 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과문한 탓이기는 하지만, 어줍지 않게도 어림짐작을 해본다면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들도 도시 아파트보다는 시골 토지 평가에서 가격 편차가 보다 클 것 같습니다. 시골 부동산 경우 매도자가 부른 가격 그대로 거래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가격 조정 됩니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그러니 십중팔구 “됩니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격조정은 되는데, 거래 즉 매매는 되지 않는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매도자가 가격조정을 한 뒤 변심해서 매매를 취소하는 건 아닙니다.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는 매수의향자들의 경우, 대부분 거래 성사 확률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매수의향자들의 경우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한데,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는 분들은 매물을 네댓 개 안내해 드리면, 매물마다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부터 묻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토지가 마음에 드는지, 혹은 자신이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대체로 부합하는지를 밝히지 않고, 가격 조정부터 묻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경험이 일천한 탓에 뭐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기는 어려운데요. 국가간이든 기업간이든 어떤 거래를 시작할 때 가격조정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중개사라는 직업은 수 없이 업으로 매도자와 매수자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우연, 아니면 곰나루 중개사의 능력 부족 때문이겠지만,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는 매수의향자 분들을 상대로 해서 계약을 성사시킨 경우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곰나루 중개사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중개업자라면,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는 매수의향자들은 설렁설렁 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된 말로 수 없이 찔러보고는 그냥 돌아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도자든 매수자든 중개사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건, 좋은 거래를 하기 위한 필수 요건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매매 물건을 놓고,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중개사는 드물 것입니다. 중개사들이 거래에 열과 성을 다하도록 유도한다면, 매수자 매도자에게는 득이 됩니다.
어느 날인가 매수의향자 입장에서 시골을 찾아가, 토지 10필지를 구경했다고 가정해 보십시다. 적잖은 시간을 쏟았을 것이고, 교통비며 신경 쓴 것까지 합친다면 상당한 유형무형의 에너지가 소모된 셈입니다. 돈으로 따지다면 다 아까운 시간이고 아껴 써야 할 체력이자 정신력 일 것입니다.
값부터 깎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진정 사고 싶은 마음에 드는 토지를 봤다면 가격 조정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 보다는 해당 토지가 지닌 약점 혹은 부족한 점을 찾아내, 정당하게 가격을 할인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게 훨씬 득입니다.
‘반값 매물’ 물고 오는 파랑새가 있을까?
한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이 계십니다. “싼 물건 나온 거 있나요?”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하는 말은 매번 같습니다. 여기서 싸다는 말이, 절대적인 액수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시세에 비해 현저하게 값이 싼 매물을 찾는 거지요.
‘좋은 물건’ 있으면 연락 달라며 전화번호 혹은 명함을 남겨 놓는 분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서 좋은 물건도 사실, 시세에 비해 현저하게 싼 물건을 말합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이른바 ‘착한’ 물건이 되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설명에 귀를 기울여 보면, 사실상 ‘반값 매물’을 원합니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바로 옆 주변 토지에 비해 상태가 더 좋고, 그러나 값은 오히려 싸며, 만일의 경우 원하는 가격에 안 팔린다면 스스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게다가 장차 앞으로 큰 길이 나거나 해서 상업용지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땅 없느냐.
복덕방 하면서 단언컨대, 반값 매물은 없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간혹 아주 드물게 나옵니다. 하지만 반값 매물은 일반 수요자에게까지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업자 본인이 여력이 있으면 사둘 수도 있고, 친인척이나 친구 등에게 우선 권하지요. 그러니 일반 매수 대기자가 반값 매물을 손에 넣는 건, 거의 로또 당첨이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반값(시세 50%) 말고 시세의 70%쯤 되는 매물은 어떨까요? 이런 매물도 그다지 흔치는 않지만 반값 매물보다는 당연히 많습니다. 매도자가 때로는 딱한 사정 때문에 속칭 ‘초급매’로 나오는 물건 등이 이에 속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중개하는 입장에서는 70% 매물도 잡아두지 않습니다. 시세의 70%에 샀다 해도, 취득세 양도세에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최소 2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이것저것 감안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탓입니다.
반값 매물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속이 편하다는 얘기입니다. 시골에 혼자 사시는 80대 할머니도 10년 전 혹은 20년 전 가격으로 땅을 내놓지 않습니다. 알아 볼만큼 알아보고 매도 가격을 책정하는 거지요. 진입로가 개발행위 등을 하는데 결격이 있다든지,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결함이 있다든지, 아니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떤 불행 같은 게 있어서 초단기간에 매도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착한’ 매물, ‘반값’ 매물은 중개 시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동산이 있다면, 충분히 여러 물건을 비교해보고 시세 수준일 경우 즉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매입하는 게 정상입니다. 시세에 비해 월등 싼 물건에 온통 신경이 팔려있다 보면,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도 있듯, 후회하는 매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주 강조하거니와, 부동산의 경우 ‘마음을 비우고’ 어린 아이처럼 선한 눈으로 물건을 고르고, 시세에서 구입하는 게 뒤탈이 날 확률을 낮추는 지름길입니다.
중개업자는 흡혈귀?
“그래 내가 피를 먹고 산다. 아니 피를 뒤집어쓰고 산다고 해야 하나?” 세종시 지척에서 복덕방을 하다 보니, 가끔 친구들이 놀립니다. “돈 많이 벌고 있겠다”고 말입니다. 제 대답은 피범벅일 때가 적지 않다는 건데요. 살벌하게 땅 장사가 피 얘기를 하니 다들 뜨악해 합니다.
세종시는 부동산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투기지구입니다. 투기지구 보다 한 단계 낮은 투기과열지구는 꽤 되지만 투기지구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니까, 한마디로 ‘부동산 도박’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오해 없도록 먼저 한마디 한다면, 세종시든 인근지역이든 부동산을 도박의 대상으로 삼으신 분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리드하는 세력은 부동산이 아니라도 어디든 있기 마련이지요. 과열 단계를 넘어서 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은 그 나름 일리가 있을 것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이고, 금융시장도 그렇고 국제시장에서 곡물이나 석유 광물자원 등등의 시장을 살펴보면 도박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최소한 모험적인 투기 세력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 숫자가 미미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죠. 언젠가 노벨 경제학상을 탄 연구주제가 심리가 시장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연구한 것이었을 정도로 투자(기)자들의 심적 동태는 큰 역할을 합니다.
곰나루 중개사 같은 복덕방 주인은 부동산 시장의 전령 비슷한 존재이며, 심부름꾼일 때도 있고 조정자나 권한 없는 심판 비슷한 일을 하기도 합니다. 매도자와 매수자는 말할 것도 주인공이며, 때로는 주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해가 엇갈리는 이들 두 분 주인을 다 모셔야 하는 업자입장입니다.
물론 부동산 매매에 흉기나 폭력이 개입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요. 하지만 매도 매수를 놓고 벌이는 흥정은 정말 피가 튀깁니다. 예를 들면, 대략 2억5천만 원 짜리 토지를 두고 최대 200만원 정도 차이 때문에 몇 날 며칠을 밀고 당길 때도 있습니다.
전체 거래 금액 대비 10~20% 이상이라면 모를까, 1~2%가 거래의 성패를 좌우해서는 곤란하거든요. 시장 전체를 보는 눈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승 국면에 있는 시장의 토지라면 매수자가 좀 양보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하강 국면 땅이라면 매도자가 좀 양보를 하는 게 좋은데요.
이런 상황을 중개하다 보면, 농담이 아니고 곰나루 중개사의 경우 속이 다 깎이는 느낌입니다. 소화도 안 되고, 위벽이나 식도에서 작열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매도 매수 의향자 양쪽에 양해를 구하고 중개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중개업자라는 게 매도 매수자의 피를 먹고 살기도 하지만, 거래 전쟁에 튀는 보이지 않는 피를 뒤집어쓰고도 사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장을 폭넓게 보는 게 우선입니다. 매도 매수자가 협상 과정에서 피를 너무 많이 튀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예 일찌감치 거래를 접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지번 공개 않는 중개사들은 도대체 무얼 숨기길래?
“부동산이죠? 매물 봤는데 그거 지번 좀 말씀해주세요. 인터넷 지도로 확인한 다음에 말씀 드릴게요.” 하루 평균 서너 차례 지번 문의 전화가 옵니다.
“딸랑~.” 휴대전화에 문자 왔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거기 어디어디 땅 말입니다. 지번 좀 넣어주세요.” 하루 평균 한두 차례 지번 문의 문자가 들어옵니다.
지난 2017년 한해, 별 군말 없이 문의 손님들에게 열심히 지번을 알려줬습니다.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600번 정도 지번을 알려드린 듯합니다.헌데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2017년 한해를 결산하다보니, 제 기억으로는 전화나 문자를 통해 공개한 지번 가운데, 가부간 후속 연락을 받은 건 열 손가락 이하입니다. 묻고는 그냥 말아버린다는 뜻입니다.
가부간 후속 연락을 기다리는 건, 해당 토지를 본 뒤 제가 몰랐던 결점이나 문제점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해당 물건에 대해 속속들이 깊이 알고 있어야 최대한 정확한 중개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문자로 지번 알려주시라는 분 가운데 10개 이상 토지의 지번을 줄줄줄 다 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했던 물음은 혹시 이 근처 사세요? 어디 사시나요? 정도였습니다. 가까운데 사시면 직접 보시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말이죠.
또 하나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2017년 계약에 이른 건들은 한 결 같이 지번을 먼저 알려 달라고 하지 않은 케이스들이었습니다. 불시에 방문해서 물건들을 둘러 본 분도 계셨고, 나머지 분들은 몇날 몇시쯤 사무실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분들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토지가 건물은 가격이 다른 상품에 비해 월등이 높습니다. 우유 사고 라면 사는 것처럼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또 하나 가격이 높다는 이유 외에도, 부동산은 현장에서 눈으로 봐야 그나마 물건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처럼 주문해서 매매가 이뤄질 수 없는 건 당연하지요.
지번을 알려달라고 하실 때에는 약간은 부탁조 혹은 사정조입니다. 이 경우 저는 그럽니다. 살펴보시고, 평가 결과를 알려주세요. 가격이든 뭐든 아무 것이나 말입니다, 하고요. 그러나 코멘트 하나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2018년 들어, 지번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괜히 피곤하고 오해만 일으키는 일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다른 중개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문자나 카톡 전화로 지번 공개를 하지 않는다 해서 제 경우로 본다면 물건에 어떤 결함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들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땅 값 성토 비용이 좌우할 수도
복성토는 시골 집짓기의 ‘필수’ 과정입니다. 곰나루 중개사를 예로 든다면, 땅을 찾는 손님들의 90% 이상은 집 짓는 걸 염두에 두고 있더라고요. 굴삭기를 동원하지 않고 집을 지을만한 땅들은 사실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굴삭기의 힘을 빌린다는 건, 복토나 성토 혹은 절토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특히 최근 전원주택을 지으려 하는 분들 가운데는 밭이나 논 혹은 임야를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임야는 절토까지 동반하곤 하지만, 밭이나 논은 복토나 성토가 기본이라고 간주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헌데 복토나 성토 때로는 절토 비용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거나, 그 비용을 충분히 추산하지 않는 분들을 적지 않게 대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복토나 성토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결론적으로 얘기한다면, 평당 50만~60만원이 넘는 값비싼 땅이라면 복토 성토 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30만원 혹은 그 이하 가격대의 토지를 구한다면 복토 성토 비용을 필수적으로 계산해 둬야 합니다.
논과 밭은 아주 간단한 절차를 통해, 지목변경이 되는데요. 꼭 물을 많이 대는 논이라고 해서, 복토 성토를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저지대에 자리 잡은 밭이 천수답 같은 고지대의 논보다 복토를 더 많이 할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하도록 하시고요.
복토 비용을 첫 번째 좌우하는 건, 흙의 양입니다. 흙의 질 그러니까 토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양이 비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평을 1미터 높이로 성토한다면, 최대 5만 원 가량이 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2만 원 선에서 해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들어가는 흙의 양이 똑같은데도, 왜 이렇게 흙 값이 차이가 날까요? 흙을 퍼오는 곳에서 흙을 날라다 붓는 곳까지 거리 등의 요인도 있을 것입니다. 덤프 트럭이 움직이는 거리가 멀수록, 기름 값도 더 나오고, 하루에 운반할 수 있는 총량에도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성토에 필요한 흙은 일반적으로 멀어봐야 반경 10km 안에서 구하는 게 상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운반거리가 결정적 요인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성토를 해야 하는 토지의 위치가 가격 결정에 더 큰 변수가 되곤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덤프 트럭의 용량은 보통 5톤, 15톤, 25톤짜리입니다. 헌데 시골 지역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예를 들면, 15톤이나 25톤 덤프 트럭이 진입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25톤 덤프 트럭의 하중을 견디기 어려운 소형 다리가 놓여 있거나, 길이 좁고 좌우 회전 등이 어려운 이유로 큰 트럭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장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포장도로 파손 등을 이유로 시골 마을에서 25톤 트럭의 진입을 막는 예도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고요, 25톤 트럭이 50~60회 이상 왕복한다면 시골 도로들의 경우 실제 상당한 파손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또 하나 시골 토지의 경우 대형 트럭의 교행이 쉽지 않은 예도 많습니다. 대형 트럭이 서로 비켜서 움직일 수 없다면, 한 대가 들어가서 흙을 부린 뒤 다시 나온 뒤에야 또 다른 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작업이 굉장히 늘어지게 되고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같은 양의 흙을 쏟아 붓는데도 비용이 곱으로 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땅을 구입할 때, 평당 5천원 깎으려 무진 애를 쓰고 뜻을 관철시켰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해당 토지에 평당 5만 원 정도 어치의 흙을 성토해야 제대로 집지을 부지가 마련된다면, 5천원 깎은 게 헛된 수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50~60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굴삭기 등 장비가 좋은데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성토를 잘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집터가 될 수 있는 땅들이 많습니다.
성토 하는 게 꺼림칙해서 좋은 위치의 땅을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십중팔구 성토는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나 그 비용을 십분 감안하라는 뜻입니다. 토지 구입비용에 성토 비용 까지를 더했을 때, 이미 성토가 돼 집이 들어선 이웃 유사 토지와 가격이 비슷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성토 비용까지를 고려했을 때 조건이 유사한 토지에 비해 훨씬 지출 비용이 크다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토지 디자인 모르면 땅 사지 말라?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이곳 아파트 한 채의 리모델링 비용은 3천만 원. 리모델링 전 매매가격 3억 원이라고 가정합니다. 여기서 시시한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리모델링 후 가격은 얼마가 합당할까요? 3억2천, 3억3천, 3억4천?
3억짜리 아파트에 3천만 원의 돈을 들였으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3억3천만 원이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3억4천이 보다 상식적인 거래가가 돼야 할 것입니다. 왜 일까요? 아파트 리모델링은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한두 시간 후에 완성되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리모델링을 할까, 큰 틀이 잡혀야 하고, 다음으로는 구체적으로 리모델링 디자인이 그려져야 하며, 다음으로는 리모델링 시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모델링하는 동안 집 주인은 집을 비워놓고 잠시 친지 집으로 피해 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가구 등을 이리저리 옮기는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요.
어디 이뿐일까요? 시공업자를 선정하고, 또 이들과 시공 금액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사천리로 1박2일 만에 이뤄졌다면 별 힘 들지 않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잖게 고심했을 것이고, 더구나 리모델링 작업이 성에 차지 않았다면 속을 끓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아주 커다란 숨은 비용이 있는데요.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한 그 자체가 위험 떠안기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리모델링한 아파트에 대해 거래가 이뤄졌다면, 단순한 시공 금액만을 덧붙이는 건 합리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장황하게 아파트 예를 들었지만, 사실 시골 토지야말로 ‘리모델링’에 진짜 심혈을 기울여야 할 대상입니다. 시골 토지를 왜 구입할까요? 농사짓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곰나루 중개사의 경우 고객의 90% 이상이 주택 건축 등을 염두에 두고 땅을 물색하는 등 개발행위를 위해 땅을 물색하는 분들입니다.
집 지을 땅을 구입했을 때 모양 그대로 두고 실제 집짓기 착공을 하는 경우는 한 건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초 작업이 아니더라도 굴삭기를 구입해, 손을 보게 마련입니다. 대지가 아닌 밭이나 산, 논 등을 사서 집을 짓는 경우는 100% 땅을 리디자인 합니다. 성토, 절토, 복토 등이 대표적인 과정입니다.
이 경우 땅 모양이 바뀔 수밖에 없으니 토지 리모델링이라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주택 리모델링에 비해 토지 리모델링에 훨씬 더 큰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작업 범위가 크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리모델링이 사실상 비가역적이기 때문입니다.
집의 바닥 면적이 토지보다 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건폐율 40%라 하더라도, 집이 앉는 자리, 즉 건축면적보다도 토지가 2배 이상 넓습니다. 넓은 범위에 걸쳐 있으므로 성토 절토 복토 파내기 석축 쌓기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땅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얼굴을 전부 성형할 수도 있고, 눈이나 코 등 일부만 성형할 수도 있잖습니까? 토지 리모델링은 주택 리모델링에 비해 손대는 부분이 훨씬 크고, 또 범위가 넓은 만큼 해당 부지에 대한 인상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토지 성형은 사실상 비가역적, 즉 뜯어서 다시 원상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겠습니다. 임야를 절토해 집을 짓는데, 건축이 되는 자리는 1미터쯤 높게 하면 마당은 집 바닥보다 1미터쯤 아래에 위치하겠지요. 이런 상태에서 집을 지어놓고 보니까, 마당과 집 바닥 높이를 비슷하게 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마당과 집 바닥 높이 차이를 더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집을 헐고 토목 공사를 다시 할 수 있을까요?
토지 리모델링은 아파트나 주택 리모델링에 비해 디자인이 훨씬 다양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에 따라 땅의 가치가 천양지차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주택 등을 신축할 부지를 찾는다면, 토지 리모델링, 즉 토지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구체적인 디자인 작업은 이른바 토목 설계회사에 맡길 수 있지만, 옷을 입는 패션 감각처럼 저마다의 토지 디자인 감각에 따라 큰 틀은 정해질 것입니다.
토지를 구입할 때 가격 협상을 잘해 깎아서 산다면 매입자 입장에서는 득이 되겠지요. 그러나 디자인이 안 나오는 토지라든지 디자인의 경우의 수가 제한된 토지라면 값어치를 증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을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여기라는 뜻은 아닙니다. 거주하는 이의 마음에 들고, 해당 집을 찾는 사람들이 반하는 디자인이면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땅은 구하시는 분들은 토지 디자인을 꼭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땅은 저마다 임자가 따로 있습니다
“땅은 다 임자가 따로 있다.” 부동산 거래 중개업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경험칙으로 본다면, 이는 대체로 맞는 말입니다. 무슨 미신이나 터부, 혹은 징크스 같은 뜻에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상에 똑같은 땅은 없잖습니까? 마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쌍둥이마저도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듯이, 분할해서 매매하는 전원주택 단지의 필지라도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옆자리의 토지 1개 필지라 할지라도 어떤 건물이 들어서느냐, 어떤 나무 등이 심어지느냐에 따라 또 다른 주변 토지들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일조권 등의 영향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음식 냄새나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매물로 나온 땅들이 그 나름의 주인이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똑같은 물건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또 땅이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비싼 상품이라는 점도 “임자가 따로 있다”는 속설에 신뢰를 더해 줍니다.
승용차 가격보다 평균 10배쯤은 더 비싼 땅이라는 물건을 매입할 때 사람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마련입니다.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종합적 다각적으로 매물로 나온 땅을 평가하고 살핀다는 얘기지요.
1필지의 토지는 세상에 오로지 하나만 존재하므로 아무리 값이 싸고, 저평가될 수 밖에 없는 물건도 그 나름의 매력은 있기 마련입니다. 시쳇말로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잖습니까? 택지가 아니더라도 묘 자리로 혹은, 나무를 심거나, 뭔가를 야적하거나, 음지에서 잘 자라는 특용작물 같은 걸 재배하는데 적격이라는 식으로 모든 땅은 그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땅에 그 나름 임자가 있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땅과 만남은 운명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거창하지 않더라도, 뭔가 매수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요인이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사들이니까....”,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땅을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복불복이고, 땅값은 대체로 오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서 손해 볼 일은 없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할 법도 한데, 필요한 시기에 팔려고 하니 잘 안 팔리거나, 매입하고 보니 법적으로 건축 등 개발 행위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제한이 있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한두 가지는 꼭 마음에 드는, 다시 말해서 매력 어필하는 그런 땅을 사야 후회가 적습니다. 특히 장차 주택을 지을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주변 사람이나 중개업자의 설명 혹은 권유에 흔들리기 보다는 땅이 당신에게 말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매입을 재고하는 게 뒤탈이 적습니다.
무능으로 인해 고통받는 중개사 심정도 헤아려 줘야
“부동산업이 체질에 맞지 않는 분이시군요.” 서너 주 전인가요. 서로 다른 3분의 손님들로부터 똑같은 날, 같은 요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약간 기가 죽는다고 할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부동산 업무가 적성에 안 맞아 보인다는 말은 다름이 아니라 “중개사로써 당신은 자질이 없다”, 이런 듯 아니겠습니까? 무슨 거창한 꿈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보기에 ‘이 사람은 아니다’ 싶다면, 아무래도 문제는 제 자신에게 있을 듯 합니다.
‘자질 부족’이란 비판 혹은 비난이 나오게 된 계기는 가격 흥정 때문이었습니다. 중개업 말고 다른 분야 일을 알아보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분은 “매도자가 내놓은 물건을 중개사가 왜 깎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하더군요. 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냐는 말로 이해 했습니다.
조금 소상히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동네 분이 최소 1억 5천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주택과 텃밭을 1억3천에 내놨습니다. 헌데 제가 이 매물 주인과 얘기해서, 가격을 일단 1억3500만원으로 500만원 더 올려서 공개 광고 했습니다. 500만원 올린 것은 정확히 그 액수만큼을 깎아줄 것을 미리 예정한데 따른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에 그 것도 시골 부동산에서 정찰제는 요원하더라고요. 사실 시골 토지나 주택에 정찰제 개념은 좀 무의미하기도 하고요. 무조건 깎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매도자분들 20명에 적어도 19명 꼴로 깎아줄 것을 감안하고 매도 호가를 책정합니다.
위의 1억3천짜리 매물은 시세가 1억5천 안팎이지만, 최대 1억7천 정도의 가치도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농사 짓는 50대 초반의 주인이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은 최근 거푸 큰 수술을 하고 몸이 좋지 않아, 더 이상 시골에 살 수 없어 인근의 대도시로 서둘러 이주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주택 말고 농지도 농지은행이 매수해주는 가격에 내놓았거든요.
헌데 1억3천짜리를 ‘죽어도’ 1억2500만원 까지는 깎아야 매입이 가능하다고 손님이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술로 인해 병색이 완연한 주인 얼굴 빛을 보고도, 또 이런 저런 사정 설명을 듣고도 500만원 할인을 집요하게 요청했습니다. 중개하는 입장에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힘듭니다. 이건 주택이기 때문에 제가 중개보수료도 50만원이나 받을까 말까 한 거 거든요”하며 하소연했더니, 손님께서 “부동산 중개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일갈 하시더라고요. 전 정말로 이런 경우를 당하면 고통스럽습니다. 이게 부동산 매매라는 게 스포츠로 치면 일종의 맞상대 종목이거든요. 골프처럼 자기 점수 자기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라, 배구나 테니스처럼, 한 포인트 가져가면 사실상 상대와는 두 포인트가 차이는 게임 말입니다.
“너 사정 딱한 줄은 알겠다만 더 깎아야 겠다.” 이런 의도가 무얼까요? 내가 500만원만 싸게 사기 위해서는 네가 500만원 희생해라, 뭐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상의 사례는 매수자 입장 중심이지만, 매도자 분들 가운데도 매수자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가격을 최대한 더 받으려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중개한답시고 끼어 있을 때 정말 힘듭니다.
시골 땅값 언제 얼마까지 떨어질까?
“30년만 기다려라. 우리나라 시골 땅값 *값 된다.” “3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10년만 지나봐라. 땅 못 팔아서 아우성들일 것이다. 대폭락 불가피하다.” 시골로 들어가는 인구가 최근 십 수 년 사이에 폭증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골 땅값에 대해 비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시골 땅값이 떨어질까요? 폭락한다면 언제쯤일까요? 이른바 업자랍시고, 시골부동산에 대해 좀 안다고 하지만, 사실 답을 내놓지 못하겠습니다. 떨어질지 안 떨어질지도 모르겠고, 떨어진다면 언제쯤일지는 더더욱 짚어내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시골 땅값 떨어진다고 10년을 기다렸다. 지금 후회막심이다. 그때 정말 마음에 드는 땅 샀더라면 너무 좋았을 것인데...”
땅처럼 비싼 상품은 정말 신중해서 골라야 하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시골에서 뭐하며 어떻게 살지 복안이 없다면, 아예 시골에 땅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른바 ‘시골 땅 값 폭락’ 주장에 대해 몇 가지를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시골 땅이 다같은 시골 땅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곰나루 중개사가 일하는 세종시 인근의 경우, 코앞에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가 들어서는 시골동네들이 많습니다. 이런 시골과 요즘 시쳇말로 자연인들이 찾아드는 깊은 산골이 똑같은 시골은 아닐 것입니다. 서울과 아주 인접해 있는 경기도 지역의 농촌도 전라도나 경상도의 오지 지역과는 같은 시골로 볼 수 없겠지요.
폭락을 주장하는 분들이 말하는 시골은 오지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도시 근교 시골을 말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서 근교 시골이란 경우에 따라 도시로 출퇴근까지도 가능한 시골을 말하는 것입니다.
도시 근교 시골이 아니라면, 인구가 줄고 경제성장률이 정체하거나, 아니면 경제성장이 후퇴할 경우 십중팔구 시골 땅값은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헌데 이런 논리에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볼 대목이 있습니다. 인구 줄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오로지 시골 땅값만 떨어지고 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과거처럼 천정부지 오를 것이냐는 부분입니다.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침체는 아마도 거의 모든 종류의 부동산 가격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세 국면으로는 다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시골 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면 10년이고 20년이고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 문제를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농담으로 '먹기 위해 사냐', '살기 위해 먹냐'는 말도 있지만, 생계 유지는 삶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입니다.
시골에 살든 도시에 살든, 인간이란 무릇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음으로는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도시가 맞는 사람이 있고, 시골에서 더 큰 삶의 효용을 일구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과 취향이 결정됐다고 할 경우 시골 땅값과 관련해 다음으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바로 건축비입니다. 땅값 얘기에 뜬금 없이 웬 건축비 타령이냐고요?
시골 땅값이 비싸다는 얘기는 건축 가능한 토지의 지가가 비싸다는 얘기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농사만 지을 수 있는 땅들에 비해서 훨씬 가격대가 높기 때문입니다.
시골 가서 ‘산다’는 얘기는 먹고 자는 생활 기반 즉 집을 전제한 것 아니겠습니까? 건축비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살만하게 지으려면 평당 낮춰 잡아도 300만원 많게는 보통 사람 눈높이에서라도 400만원 이상 잡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집은 작게 짓는 게 대세지요. 그렇다면 20평 짜리 주택 하나 짓는데, 적어도 1억 안팎은 예상해야 할 것입니다. 좀 막연하지만 각각 가격이 평당 20만원, 30만원, 40만원, 50만원인 시골 땅이 있다고 가정해보기로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시골 땅 평당 20만원도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택지 200평을 기준으로 할 때, 20만원이라면 4천만원입니다. 토지 가격 4천만원에 1억원짜리 집을 짓는다고 할 경우 토지 비용이 너무 과다한가요?
평당 40만원이라면 200평 구입할 때 토지비용이 8천만원 되겠습니다. 여기에 1억원짜리 집을 짓는다면 잘못된 결정일까요? 각자 기준이 다르고, 주택 부지가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생각들이 천차만별일 듯 합니다.
이렇듯 변수가 한둘이 아닌데, 10년후 혹은 30년후 시골 땅값 대폭락이라는 주장은 허술한 구석이 너무 많습니다. 거칠게 말한다면, 최소한 절반 이상 맞는 말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곰나루 중개사가 업자로서 밥 굶을까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은 어느 나라에서든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 어떤 부문보다도 경제, 사회, 문화 현상과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합니다. 10년후 도시 아파트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터인데, 시골 땅값만 떨어진다는 식으로 봐서는 큰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땅 살 사람은 하늘이 내립니다
“나는 두드려 보고 돌다리로 확인 돼도 강은 안 건너.” 우리 아버지 말씀입니다. 아버지는 과거 시골 면 단위에서 대학생이 하나 있을까 말까 했을 때 대학을 다니셨고, 지능이 탁월하게 좋은 분입니다.
아버지 자랑을 하는 건 아닙니다. 아버지는 평생 이렇다 할 돈을 벌지 못했고, 집이나 땅을 산 적이 없습니다. 여유 자금이 없어서 부동산을 마련하지 못하긴 했지만, 불효막심한 곰나루 중개사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아버지의 기질 때문에 토지나 주택을 장만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60년 가까이 지켜본 아버지는 환상의 동물을 좇는 분입니다. 말의 다리에, 호랑이의 이빨, 독수리의 날개, 개의 후각을 가진 그런 동물을 찾는 유형인 거죠.
“주변 토지보다 위치나 여건이 좋고, 그러나 값은 싸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직접 집을 지을 수도 있고, 또 장차 큰 길이 나거나 해서 상가 같은 개발까지도 가능한 토지, 그런 것 있으면 꼭 연락 주셔야 해요. 알았죠 알았죠 꼭요, 꼭꼭 사장님.”
곰나루 중개사에 위와 같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한 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뭐라 하겠습니까. “네네” 이렇게 답하고 잊어버립니다.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저히 곰나루 중개사의 역량으로는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기 때문입니다.
토지든 주택이든 가만히 관찰해보면 소우주입니다. 바람과 비와 눈과 이슬, 더위와 추위 등과 끈임 없이 교호하는 것이지요. 집안만 유심히 살펴봐도 돌아다니는 곤충이 한두 종류가 아닙니다. 또 그 집에서 그 땅 위에서 꿈꾸는 우리들의 생각은 어쩌면 우주 저 너머에까지 닿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언젠가 돌을 맞을 때 맞더라도 중개 업무를 국가사무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곰나루 중개사는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토지나 주택의 공개념에 비춰 볼 때 말이죠. 그러니까 업자로서 돈을 벌기 위해 중개를 촉진하려는 의도는 아니고요.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분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토지든 주택이든 살 분과 결코 사지 않을 분으로 말입니다. 거듭 불효를 저지르지만, 곰나루 중개사 아버지 같은 분들은 부동산 매매가 참으로 어려운 타입에 속합니다.
사지 않으면 팔 수도 없으므로, 사지 않는 분들은 팔 일도 사실 없습니다. 부동산 매매는 중개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신경 쓰이고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닙니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식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특히 부동산 매매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말입니다. 그게 에너지를 덜 들이고, 머리 개운하게 살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부동산 ‘타짜들의 도박판’ 돼서는 곤란하다
“30만원 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헌데 다른 부동산 보니까 똑같은 물건이 평당 23만원에 나왔던데.”
“네 그렇지 않아도 왜 그랬냐고 매도의향자 분께 물어봤습니다. 별로 팔 생각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내놔 봤다고 하더라고요”
곰나루 중개사 부동산 거래를 매개하다가 별의별 경우를 다 봅니다. 매도자의 ‘이중 플레이’도 드물지 않은 듯 합니다.
“오늘 10건 넘게 다 둘러봤잖아요. 역시 평당 40만 원짜리가 25만원이나 30만 원짜리보다도 좋네요. 얼른 토지 주인 분께 물어봐 주세요. 절반 깎아서 20만원에 해줄 수 없는지 말입니다.”
비슷한 지역에 매물이 여럿 있고, 그러다 보면 상식적으로 봐도 비싼 매물이 나아 보이는 게 보통입니다. 그 매물을 해당 지역의 최저 매물 가격으로 사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타짜 판의 운명을 타고난 걸까요? 하기야 언필칭 서울공화국의 아파트 가격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평생 벌어도 장만할 수 없을 정도이니, 시골이든 서울이든 부동산이란 존재는 고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박꾼들에게 은밀히 제공되는 공간을 흔히 하우스라고 하잖습니까? 곰나루 중개사는 종종 “내가 (부동산 도박) 하우스를 제공하는 것 아냐”하는 자괴감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사고 싶은 사람은 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매도 매수 의향가격의 차이가 50%도 넘게 때론 2배 이상 되면 최소한 어느 한쪽은 장삼이사의 인지상정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시골 쥐’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 대목에서 드는 생각이 주택이나 토지 같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재화는 중개 업무를 국가가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파격인가요? 주택 토지는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최고가의 상품이기도 한 탓입니다.
일전에 요건을 갖춘 변호사들의 중개 업무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보다 치밀한 중개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였습니다.
헌데 소견으로는 중개 업무의 국가 사무화는 곰나루 중개사 입장에서는 환영 정도가 아니라 갈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절실하니까요.
주식시장을 공인된 카지노라고 비난하는 사람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주식으로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죠. 하지만 주식은 기본단위가 그래도 부동산보다는 적은 편입니다.
물론 수십억 수백억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금액을 보통 사람들이 동원하기는 어렵잖습니까. 더구나 주식은 안식을 취할 집 혹은 주택을 짓거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터전인 부동산과는 성격상 그 차원이 다르고요.
농림지역 속여 판 도둑 중개를 할 뻔했습니다
“오늘 토지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세 필지 모두 농림지역이네요. 그래서...” 지금 막 어떤 손님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입니다. 길가에 붙어 있는 확실히 저렴한 잡종지, 창고용지, 주택 등의 매입을 접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온 것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느낌이랄까요? 손님을 전혀 속이거나 오도 혹은 기망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가 나쁜 중개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온 분은 초면은 아니고, 기초적이지만 나름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있었던 분이어서 더욱 그랬던 듯 합니다.
‘농림지역이라 매입하지 않겠다...’ 얼마든지 내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 농림지역은 흔히 생각하듯 영농 목적이 아닌 이용이나 개발 등에 큰 제한이 따르니까요. 그렇다면 저렴하다고 은근 슬쩍 뻥치면서, 곰나루 공인중개사가 그저 거래 성사에만 주력한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통계를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농림지역의 거의 대부분은 농업진흥지역, 즉 이른바 절대농지인 게 맞습니다. 하지만 전체 농림지역 가운데 면적 혹은 필지 수로 1%나 될까요? 농업보호구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농업보호구역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관리지역의 일종이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생산관리 혹은 보전관리와 거의 유사한 개발행위 건축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거래 얘기가 있었던 예의 농림지역은 농업보호구역으로 지목이 잡종지와 창고용지인 땅이었습니다. 4차선 큰 길 가에 있고요.
시골 면지역, 차량 통행이 비교적 빈번한 도로 옆의 주유소 부지 가운데도 농업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상이 가능한 웬만한 소매점이나 병의원 가축병원 건축자재 취급점 등을 대부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매매 전에 관할 자치단체 등에 대한 문의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농업보호구역은 ‘절대농지가 절대로 아니다’라는 점만은 꼭 기억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문자 메시지 상으로 거래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잡종지 등의 공시지가는 평당 50만원 정도였습니다. 4차선과 붙어 있다고는 하지만, 당국이 시골 땅을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변호사 부동산 중개 시장 참여해야”
요즘 잠잠해졌지만,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업무(혹은 유사 업무)를 한다 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곰나루 공인중개사는 원칙적으로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시장 참여를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재명 성남 시장이 표현한 바 있듯 ‘서민 자격증’이라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개 시장에 뛰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재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씩 두어 달 공부하면 딸 수도 있는 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1~2년씩 공부하시는 분들도 없지 않습니다만, 변호사라면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에 여러 가지로 유리하니까요.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 가운데, 보통은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게 민법과 부동산등기법입니다. 이들 두 과목 외에도 중개사 시험 대부분이 법률 관련 과목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변호사들이라면 전혀 어렵지 않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고 관측해 봅니다.
10여년 남짓 미국 생활 경험을 중심으로 얘기하면 미국은 변호사 업무가 굉장히 전문화 세분화돼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토지 소송이나 수용 등과 관련한 일을 하는 변호사는 거의 이 일만 하더라는 거지요. 물론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별칭도 있지만, 한국처럼 여러 분야를 다루는 미국 변호사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변호사들의 부동산 중개 시장 참여를 환영하는 건, 중개 시장이 전문화 고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곰나루 공인중개사처럼 시골에서 거의 토지만을 중심으로 중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말만 공인중개사이지, 도시의 아파트를 전문으로는 다루는 중개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테니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헌데 복식 테니스와 단식 테니스는 정말 똑같은 테니스이기는 한데, 내용이 너무도 다릅니다. 취미 삼아 하는 운동도 아니고, 부동산이란 상품은 우리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최고가 상품에 속합니다. 비싸다는 자동차보다도 평균적으로 가격표에 ‘0’이 하나쯤은 더 붙잖습니까?
도시 아파트와 시골 토지는 테니스로 치면 단식 복식 다르듯 많이 다릅니다. 상당 부분 정형화 돼 있는 도시의 아파트 상품보다는 하나도 똑같은 게 없는 시골의 토지 상품을 다루는 데 있어 법률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변호사가 중개 업무에 나서면 더 좋지 않을까요?
서두에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시장 참여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고 한 건, 사실 엄밀히 말하면 시골 토지의 거래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물론 공인중개사들이나 변호사 양쪽에서 돌팔매질을 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곰나루 공인중개사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소리 높여 다음과 같이 거듭 주장합니다. “법률에 밝은 변호사들이 가볍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시골의 토지 중개에서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
시골 사람이 더 무섭다!?
“시골 사람이 더 무섭다.” 손님들을 대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사실 어쩌다 듣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대화를 길게 이어가다 보면, 절반 넘는 ‘도시 분’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곰나루 공인중개사 같은 시골 복덕방쟁이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솔직히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곰나루 공인중개사는 시골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시골생활을 했습니다. 충남 공주의 시골로 내려온 건 햇수로 이제 거의 10년이 다 돼갑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하죠. 시골에 사니까 시골 사람 편드냐고요? 아닙니다. 미국생활 10년 반을 포함해 도시에서 살았던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자식 두 녀석은 물론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해 동생들 조카들 모두 지금 도시에 삽니다. 무조건 시골 편만 들 수는 없는 처지라는 겁니다.
‘시골 사람 무섭다’라는 말을 듣는 건 제겐 자랑스러운 직업인 농부로서가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에 끼여드는 중개사로서 접하는 소리입니다. 좀 과도하게 한마디로 시골 사람들의 무서움을 표현한다면, “도시인들을 등쳐먹는 게 거의 ** 수준”이라는 것이죠.
여러분들 정말 시골 사람들 무섭던가요? 도시 사람들에 비해 흉폭하고, 간교하며, 순수하지 않던가요? 도시 시골로 나눠 인간성을 가른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넘게 미국 살았다고 가끔씩 미국 사람 어떠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한국 사람보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뭐라고 한마디로는 못하겠다고 답합니다.
부동산으로 도시인들 농락하며 재미 보려는 시골 사람이 무서울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헌데 통계나 금액이나 경험으로 보면, 시골 사람이 부동산으로 더 큰 재미를 볼까요? 강남으로 대표되는 서울 사람들이 더 큰 재미를 볼까요?
시골에 내려와 이웃과 육탄전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도시 사람보다 시골 사람이 더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현관까지 거리가 3~4미터도 안되고 벽을 공유한 도시의 아파트 입주민들 가운데 이웃과 말 한마디 트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시골은 특성상 3~4미터가 아니라 300~400미터 떨어진 동네사람과도 대체로 알고 지냅니다.
그렇다면 도시 사람들보다 시골 사람들이 훨씬 이웃을 잘 챙긴다고요? 글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도시에 더 오랜 기간 살면서는 이웃과 깊은 대화를 거의 한 적이 없다가 시골로 이사 온 뒤 하루다 멀다하고 이웃과 수다를 떠는 곰나루 공인중개사 같은 인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변태? 이중인격자? 속 다르고 겉 다르고?
나름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같은 원칙을 갖고 살지만, 즉 스스로는 똑같은 인간이라고 자부하지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좀 달리 보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만 시골 사람이 도시 사람보다 더 무섭다는 말은 양쪽에 살아 본 경험으로는 현실감 있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사위감 고를 때 부동산 매매 협상 맡겨 보세요”
“어려울 때 친구를 보면 진짜 친구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 대략 이런 시쳇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정신적 혹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보통은 그를 대하는 태도 같은 게 달라질 수 있잖습니까.
헌데 살다 보면, 예컨대 꼭 어려움에 처해서만, 뭐랄까 본 모습 같은 게 드러나는 건 아닙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큰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태도나 자세를 취하기 쉽습니다.
보통 시민이라면, 평생에 걸친 수없이 많은 구매활동을 합니다. 비즈니스 상 때로는 뭔가를 팔기도 하고, 반대로 물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이나 운동화 같은 건 평생 적어도 수십 개 혹은 수백 개를 살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은 어떤가요? 집이나 땅도 엄연한 매매의 대상인 상품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평생에 걸쳐 수십 혹은 수백 개씩 거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값은 또 어떻습니까? 일상생활에서 구매의 대상이 되는 물품들은 요즘 물가 기준으로 하면 수천원에서 수십만원 사이가 가장 많을 듯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전적으로 차원이 다르죠. 비싼 상품의 대표격이라고 하는 자동차보다 가격이 어림 잡아 10배, 때로는 20~30배까지 나가기도 합니다.
집이나 땅과 같은 가액이 큰 물건의 거래는 종종 사람의 본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과도하게 비싸게 팔려는 사람, 혹은 무지막지하게 깎아서 사려는 사람, 혹은 물건 가격 그 자체의 흥정보다는 이런 저런 부수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미 한두 번 언급했습니다만, 집이나 혹은 주택의 부지 구입은 혼인만큼이나 신중해야 하고 중대한 일인 게 맞습니다. 땅이나 집을 거래할 때는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 즉 가장 바람직한 자아를 구현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평소 대범한 척 하다가도,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만은 과도하게 쫀쫀해지거나 반대로 평소에는 깐깐하다가도 과도하게 허풍을 부리는 것도 삼가야 겠습니다. 부동산을 사고 파는 당사자라면 우선 시간을 내서 심호흡을 한 뒤 바람직한 자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성찰이 필요하다고 감히 주장합니다.
과도한 욕심은 부동산 거래에서도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땅이나 집을 왜 사는지, 왜 파는지 차분히 생각하고, 그러한 매매가 자신의 인생이라는 큰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한다면 매매를 통한 성취감은 예상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귀농 귀촌도 좋지만 귀연은 어떨까요?
얼마 전 귀농 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관련 뉴스 댓글 (http://v.media.daum.net/v/20170629134244718?rcmd=rn)을 보니, 귀농 귀촌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시각이 압도적 다수입니다.
감히 귀농 귀촌에 대해 시원하게 결론을 내릴 깜냥은 못됩니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만을 기준으로, 그러니까 매우 협소하고 편협한 시각에서 시골 생활에 대해 한마디 할까 합니다.
제 경우 중학교 때까지 농사를 도우면서 자랐습니다. 친구들은 봄과 가을 농번기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교실이 텅 비다시피 해도 선생님들마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농사를 도우면서 자잘한 부상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손에는 흉터 같은 게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농촌에 대한 낭만? 전원생활에 대한 부푼 꿈? 이런 거 전혀 있을 수 없는 처지였어요.
하지만 지금으로 정확히 24년전, 그러니까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던 32살 때 “난 시골가서 살거야, 최대한 빨리”라며 동료나 주변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8년 말 시골에 터를 잡았습니다. 귀농했냐고요? 아니면 귀촌이냐고요? 답은 그 어느 것도 아닙니다. 귀연을 했으니까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고 성인이 된 뒤로 도시에서 살아보니, 시골이 자연을 닮은 생활을 하기에 더 쉬운 곳이라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귀연은 그러니까 자연으로 돌아간다, 뭐 대충 이런 뜻이 되겠습니다. 시골에 살다 보면 귀농과 귀촌 하신 분들을 옆에서 겉핥기로 좀 봅니다. 다른 걸 다 떠나, 한때 최대 800평 정도 밭농사를 해봤는데, 농사해서 호구지책은 정말 힘들 거 같습니다.
귀농에 부정적인 시각 우려 이런 것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중개업자로서 일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많은 이들이 농사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합니다.
헌데 ‘다행’스럽게도 시골에서 땅을 구하겠다는 분들을 대해 보면, 귀농은 대부분 아닌 듯 합니다. 귀촌 정도가 제일 많은 듯 하고요. 게중에는 귀연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분들도 있어 보입니다. 귀연은 종국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최소한 제게는 말이죠.
귀촌은 시골이라는 물리적 환경에 방점이, 귀연은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자연을 닮은, 또 자연스럽게 사는 정신적 혹은 사고방식에 초점이 모아지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겠습니다. 사람 생김생김이 다 다르듯, 귀농 귀촌 귀연이라도 해도 경험은 제각각인 듯 합니다.
‘개발에 편자’ 부동산은 피하셔야
‘개 발에 편자’라는 얘기 들어 보셨죠? 여기서 개는 반려동물의 대표 격인 멍멍이를, 편자는 말발굽에 끼우는, 즉 말의 신발 같은 걸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말에게 편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값비싼 명품 구두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게 제대로 만들어진 말의 편자입니다.
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신발을 신기지 않습니다. 개에게 편자를 신겼다가는 아주 경을 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시골 땅을 찾는 분들 가운데 “나는 타고난 농군이야, 미치도록 농사를 짓고 싶어”라고 말하는 경우를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거의 모두가 불원간 집을 짓겠다, 농사도 하겠지만 집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인터넷 등을 살펴보면 값이 파격적으로 싼 토지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 예로 오늘 보니, 영월의 광산 근처 싼 땅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더라고요. 제가 논쟁에 대해 판가름할만한 역량은 없으니, 좀 다른 각도에서 싼 땅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인접한 두 필지의 땅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두 필지 땅의 주인은 한 사람입니다. 하나는 평당 30만원, 다른 하나는 평당 40만원입니다. 각각 크기는 200평으로 똑같습니다.
이들 두 개의 필지 위에 집을 짓습니다. 25평짜리 평당 시공비는 400만원입니다. 30만원짜리 땅위에 집을 지을 경우 단순하게 계산하면 토지비용 6천만원, 건축비 1억원 합해서 1억6천입니다. 이번에는 평당 40만원짜리에 똑같은 크기의 집을 짓겠습니다. 토지비용 8천만원 건축비 합해서 1억8천입니다.
원래의 땅 주인이 제정신이라면, 즉 객관적으로 볼 때 평당 40만원 짜리 터가 더 좋을 것입니다. 아마 매수자도 이 점에는 동의할 것입니다.
헌데 집을 짓고 난 경우, 똑같이 평당 400만원 시공비로 지은 25평짜리 주택인데, 어느 쪽이 더 가치가 있을까요? 두말 할 나위 없이, 평당 40만원짜리 부지 위에 지은 집이 더 후한 평가를 받습니다. 왜? 집이 깔고 앉은 부지의 가치가 다르니까요.
편자는 말에게는 더 없이 중요하지만, 개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농사 혹은 경치를 즐기는 목적으로 구입하는 토지가 아니라면, 즉 건축을 염두에 두고 땅을 구입한다면, 꼭 잊지 말아야 할 게 해당 토지에 어울리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렴하다고 싼 땅에 큰 돈 들여 집 지으면 건축비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 누가 봐도 탐나는 부지 위에 싸구려 집을 지으면, 그 또한 경제적 측면에서 훌륭한 결정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건축할 땅을 찾을 때는 토지만 생각하시지 마시고, 거기에 어울리는 집도 꼭 고려하세요.
마음이 순수하면 땅으로 돈버는데 도움 됩니다
“값이 조금 비싸네요. 조금만 깎아주면 계약할 수 있는데...” 가격이 발목을 잡아 땅이나 집의 거래가 불발로 끝날 때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공정하게 중개를 성사시키고 싶지만, 매도 매수를 의사를 가진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결국 매매는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헌데 지금까지 집이나 땅을 사서 이사를 다녀본 경험으로는, 터무니없을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면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왜냐고요?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땅이나 집을 고르는 건 혼인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진정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골라야지, 돈이 많다거나 배경이 좋다고 반려자를 선택할 수는 없잖습니까?
물론 배우자가 부유하고 배경까지 좋다면이야, 금상첨화겠지요. 내 맘에 꼭 드는 토지나 주택이 해가 지날수록 값이 뛰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땅을 구입하고, 거기에 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꾸며 살 때 드는 만족감, 평화 이런 건 돈으로 그 가치를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한 것들입니다.
집을 짓고 살 토지의 위치 등이 흡족하다면, 단위 면적당 단가가 조금 높더라도, 구입하면 후회가 적습니다. 또 분할해서 파는 토지라면 200평을 계획했지만, 180평 구입으로 방향을 틀어도 괜찮습니다. 싼 맛에 사는 토지나 주택은 설령 가격 상승을 기대할지라도 심적 만족감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투자 개념으로 본다면, 땅이나 주택은 이른바 단타매매에 어울리는 상품이 아닙니다. 환이나 주식이 더 낫겠습니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5년, 보통은 10년 이상 보유한다고 가정하고 부동산은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마음에 들어하는 토지나 주택이라면 10년후 가격은 구입 때 가격의 200~300%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가격을 5% 혹은 10% 정도 할인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땅이나 주택의 구입을 포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투기나 단타매매가 주목적이라면 소액의 차이라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부동산은 가능한 매물로 나온 땅 혹은 주택과 평생 연을 맺는다고 생각하고 골라야, 제대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그 자체 보다는 손익계산에 집중할 경우 땅이나 집을 고르는 눈이 흐려질 수 있고, 이는 장차 손익측면에서도 그다지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겠습니다.
쓸데 없는 일하는 중개업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 중개업자는 쓸데없는 존재?” 가끔씩 곰나루 중개사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얼마 전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난 뒤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지내?” “어떻게는 뭘 어떻게 지내. 쓸데없이 눈코 뜰 새 없다. 내 팔자가 이런 팔자인 모양이다. 항시 몸과 마음이 바쁜.”
곰나루 중개사가 허접한 통계를 내보니, 쓸데 있는 일하며 보내는 시간은 5%도 될까 말까 더라고요. 95%는 ‘결과적으로’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일을 하면서 보냈다는 것입니다.
손님 찾아오면 다 공정하게 대하자, 이런 생각으로 곰나루 중개사는 가능하면 선입견 없이 시간을 쏟습니다. 아마 그간 곰나루 시골 복덕방을 다녀간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보통 손님이 찾아오면 브리핑과 매물 현장 답사를 포함해 적어도 2시간 많게는 3시간 30분 정도를 쓰게 됩니다.
헌데 20명의 손님을 안내했다고 하면, 어떤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1명 정도가 될까 말까입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50시간 일했다고 할 경우 보상 받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라는 거지요.
쓸데없는 일 하는 이런 곰나루 중개사 같은 사람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게 사회적으로 득인가?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되는데요.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을 국유화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가 행정의 일환으로 토지와 주택을 배분하도록 하자는 거지요. 헉? 지금 곰나루 중개사 제 정신으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밥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속이 뻘건 얘기를 한다고 잡혀가는 거 아닌가요?
유럽 사회 기준으로는 대략 중도 우파쯤 돼도, 뻘건 사람으로 취급하잖습니까? 뭘 모르고 업을 하다 보니 든 생각이니까, 설마 국립요양호텔 이런 데로는 보내지 않겠죠? 그러나 하여튼 뭔가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땅과 집 고르기 신랑신부감 찾기 보다 더 신중해야
남녀가 부부로서 평생 인연을 함께 하는 걸 혼인이라고 하죠. 요즘 시골에 땅을 구해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내 집, 내 땅과 맺는 인연이 혼인과 똑같다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실전적으로 얘기하자면, 배우자 고르는 것보다 어쩌면 땅이나 집 고르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왜? 독신이 아니라고 가정할 경우, 땅이나 집은 최소한 두 사람의 이상의 삶터니까요.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이상이 땅 혹은 집과 인연을 맺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가 여의치 않으면, 세상에 원수도 그만한 원수가 없지 않습니까? 전생을 들먹일 만큼 서로에게 고통을 줄 수 있습니다.
시골 땅이나 집과 인연을 잘 맺지 못하면, 부부는 물론 온 식구가 다 힘듭니다. “당신이 여기가 좋다고 했잖아요?”, “시공자들은 당신이 골랐잖습니까?” 시골에 땅을 구해, 집을 짓고 사는 부부들 중에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하는 예가 드물지 않습니다.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니, 어디 가지 않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땅이나 집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평생 함께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너무 부정적인 면만 들여보는 듯 한데요, 땅이나 집 잘못 고르고 지으면 좋았던 부부 사이마저 불화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혹은 우리 식구들에게 맞는 땅이나 집은 그럼 어떤 것일까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물론 땅을 사거나 집을 지었는데, 값이 쑥쑥 오른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돈보다 마음편한 게 먼저입니다.
이상적인 부부란 무얼까요? 여러 갈래로 볼 수 있겠지만, 이른바 소울 메이트,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서로에게 정신적으로 소중한 존재여야겠습니다. 땅과 집도 마찬가지로, 거기에 터 잡아 사는 이들과 ‘마음’(혹자는 ‘기운’이라고 합니다)을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부도 신랑도 완벽한 예는 없잖습니까? 땅도 집도 마찬가지로 완벽할 수 없어요. 하지만 서로를 품을 수 있는, 즉 뭔가 서로 맞아야 합니다. 일천한 경험으로 감히 얘기 한다면, 땅이나 집을 고를 때 혹은 지을 때는 비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해가 쨍쨍한 날 찾아가 이모저모 살펴봐야 합니다.
또 사람 기분이 일정한 듯해도, 들쑥날쑥인 경우도 많지요. 어디 쓸만한 땅 혹은 집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기분 좋은 날, 찜찜한 날 찾아가 기운을 맞춰보는 게 좋습니다.
경제적 가치도 따져보고, 생활 편의성도 고려하고 오만 가지 요인을 이성적으로 다 고려해 보세요. 식구들과 지인들과 친인척들과 논의도 해보고요. 이렇게 되면 최대한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만일 3군데의 땅 혹은 집이 똑같은 합리적 점수를 얻었다면 어떻게 할까요? 마음이 끌리는 곳, 본능이 원하는 땅이나 집을 선택하면 후회가 가장 적습니다.
땅과 여자는 만지기 나름?
“너희는 똑같아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면 안 돼.” 30년 전 혼인 때 어머니가 딱 한 가지를 당부했는데,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평생 지켜본 어머니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가부장적 질서를 용인하는 분도 아니었습니다.
“여자하고 땅은 만지기 나름이다.”시골에서 삶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어머니가 자주 하는 얘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자를 비하하는 표현은 일체 아닙니다. 오히려 여성성을 존중하는 숨은 뜻이 있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이 내재돼 있어, 가꾸기(드러내 보이기라는 뜻이겠지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누구든지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뜻일 겝니다. 땅도 마찬가지라는 게 어머니 주장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시골에서 농사를 돕고 자랐으며, 시골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집을 지은 지 만 8년이 지났습니다. 땅은 만지기 나름이라는 말은 대략 맞는 듯 합니다.
그러나 팍팍한 자본주의적 사고로 무장한 곰나루 중개사는 “땅은 만지기 나름”이라는 얘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는 것입니다.
땅을 만진다는 얘기는 사람으로 치면 화장을 하거나, 심하면 성형수술을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화장하거나 성형수술 하는데 돈과 시간이 든다는 건 두말 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화장, 똑같은 성형외과 의사에게서 시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똑같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땅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 아름다움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시골에 땅을 구입해 부지를 다듬고 나무를 심고, 적당히 집을 앉히는 등의 방식은 사람마다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땅을 만져야 하는 지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땅 만지기인지 여부를 평가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돈,돈,돈... 너무 돈을 앞세우지 않나 싶은데 같은 돈을 들여 땅을 만졌다면, 만진 후 시세 평가를 가장 후하게 받을 수 있도록 만진 게 가장 잘 만진 거 아닐까요?
싸게 땅을 사서 비싼 땅으로 만들어 놓는 데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주의할 대목은 같은 C급 땅이라도 해도 만진 뒤 모두 A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급이 될 수 있는 땅이 있고, 아무리 잘 만져도 B급을 넘어설 수 없는 땅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돈 되는 농림지역 개발행위 중개업자도 헷갈린다
‘절대’라는 말은 좀 무섭기까지 한 뉘앙스를 담고 있죠. 보통 엄격히 금지하거나 할 때 앞에 달라붙는 단어니까요.
헌데 시골에서 ‘절대’라는 말이 별 스스럼없이 농부들 사이에서 쓰일 때가 있는데요. 바로 ‘절대 농지’가 그런 경우입니다.
“거기 임자네 산 밑으로 논이 절대 농지잖아?, 그거 팔려고?”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절대라는 단어가 포함된 얘기가 오가는 겁니다.
절대 농지는 그러나 법률 행정적 표현은 아니지요. 절대 농지는 농업진흥구역 안의 토지를 흔히 가리키는 말인데요. 보통은 경지 정리가 잘 된 농업진흥구역의 논 같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농업진흥구역 안의 논은 본질적으로 농사만 지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발 행위가 완벽하게 금지된 것은 아니지요. 일정한 조건을 갖춘 농업인의 경우 집도 지을 수 있고, 또 농산물 가공처리센터 같은 일종의 공장도 들어설 수 있습니다.
농업진흥구역 토지는 인근의 그렇지 않은 토지에 비해 가격이 잘해야 20~30%, 경우에 따라서는 10% 이하인 예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는 바꿔 말해 최대한 활용을 잘하면 땅값 부담을 최소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농기계 수리센터는 농업진흥구역 안의 논에 지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헷갈리는 사례인데요.
지자체에 따라 좀 다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농지법에 따르면 농기계 수리센터는 농업진흥구역 안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 관할 부서에서 허용하는 기준 같은 게 나름 있어서, 꼭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농업진흥구역 안의 농지 개발행위는 그러니까 ‘선수’가 아니라면 꼭 전문가들의 조언, 감독관청의 입장 등을 확인한 뒤에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농지매매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