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씨 지지표 어디 안가유”

“지난 선거에서 박근혜씨 지지했던 사람들 이번에는 어떻게 투표할 거 같아요?”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호기심 섞인 질문들이다.

“그거 알면, 제가 이렇게 촌구석에 박혀 있겠습니까? 한 자리 깔았어도 크게 깔았지.”

시골 사는 촌부도 비교적 자주 접하는 궁금증이고 질문이니, 하물며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칭타칭 정치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을 법하다.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들을 두루 살펴보지 않은 탓이 크겠지만, 박근혜씨를 지지했던 그룹이 어떤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줄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는 의도의 설문 같은 걸 보지 못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과학은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그 표가 어디로 갈지를 대략은 알고 있다. 왜? 우리 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과반일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정치는 과학’인 까닭이다. 아니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의 정치성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은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선거판에 유전자를 들이밀면 황당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 쯤 되면, 즉 정치학이나 사회학 혹은 통계학이나 조사방법론, 역사, 인문지리 등을 얘기하면서 한국 정치와 선거, 여론조사 결과 등을 논하는 것은 하등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헌데 정치판에 유전학이라?

정치학과 유전학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좀 에둘러서 접근해 보자. 한국 사람이 프랑스 사람, 혹은 영국인이 일본인을 보면 최소한 서로가 동양인이나 서양인이라는 걸 안다. 딱 보면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김새는 무엇이 결정할까? 두말 하면 잔소리, 유전자이다.

그렇다면, 현대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는 생김새, 체형 등만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생물일까? 정의하기가 다소 애매모호하지만 이른바 ‘심성’,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특질도 유전자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농후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안에서 ‘누구누구는 외탁*해서, 혹은 누구누구는 제 아버지를 닮아서’라는 등의 얘기를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생김새나 체질, 성질 따위가 외가 쪽을 닮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살아있는 유전자 실험의 피험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일란성 쌍둥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도 타인에 비하면 서로 훨씬 닮았다.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같은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성격이 비슷한 거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이뤄진 방대한 일란성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젖먹이 때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쌍둥이도 성향이 비슷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치는 시대상황이 주무르는 듯하지만, 정치의 주체인 주권자 개개인의 정치 성향이 사실 한 집단 혹은 공동체의 정치 지형을 결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시민 구성원들 가운데 보수적인 성향이 많으면, 그 사회의 정치는 보수 우위이고 진보적 성향의 구성원이 많다면 진보가 주도하는 정치 지형이 탄생할 수 밖에 없다.

유전학에 문외한이 정치분석가들 가운데도 정치 성향을 일종의 ‘기질’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사람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뀌지 않는 것은 바로 기질이다. 기질이란 문자 그대로 타고난 ‘기품과 성질’인데, 타고났다는 건 유전자를 그리 받았다고 해석해도 그다지 틀릴 게 없다.

과학적으로 정치학과 유전의 관계를 구명한 논문의 예를 들자면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팀이 500명 이상의 쌍둥이에 대해 투표 성향을 조사한 결과, 투표 성향의 차이는 최소 60%가 유전자의 영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달리 말해, 환경이나 상황 변화 등 기타 요소를 다 합쳐봐야 4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는 최근 상당히 진척돼 구체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지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의 다른 특질도 그렇지만 정치 같은 고도로 복잡한 인간 특유의 행동이나 성향은 한두 유전자보다는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정치 유전자’ 가운데 최근 학계의 주목을 받은 건 ‘DRD4’라는 유전자이다.

싱가포르 대학의 전문가들이 조사한 DRD4와 보수 혹은 진보적 성향간의 관계에 따르면, 이 유전자의 특정부분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가가 보수 혹은 진보의 정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조사에서 스스로 ‘매우 보수적’이라고 자평하는 사람들에게서는 DRD4의 특정부위가 4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62.5%에 달했다. 반면 ‘매우 진보적’이라고 답한 층에서는 4번 반복되는 예가 37.9%에 그쳤다.

정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부위는 앞으로도 연구에 따라 계속 더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 유전자’가 구체적으로 더 지목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유권자 개개인의 기질이나 성향이 인생 전반을 통해 바뀔 확률은 안 바뀔 확률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것은 자명하다. 타고난 성격이, 예를 들면 급한 성질이 교육이나 훈련에 의해 느긋한 성격으로 바뀌고, 예민한 사람이 어느날인가부터 무뎌지는 등의 변화는 쉽게 초래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 탓이다.

정치 성향은 일종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흔히 말하듯 극우에서 우, 중도, 좌, 극좌와 같은 식으로 연속적인 경향을 보인다. 우측이든 좌측이든 이게 기질이라면 변화를 기대하는 건 무망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중도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얼추 말해, 중도 보수에서 중도 진보에 이르는 그룹들은 이른바 진보와 보수 후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씨를 지지한 사람들은 어떤 계층일까? 잘해야 중도부터 강경보수 혹은 수구층에 이르는 유권자들이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중에서 중도 혹은 중도보수를 제외하곤 진보쪽 후보에게는 이번에도 표를 주지 않을 확률이 대단이 높다. 이들 즉 보수와 강경보수 수구 성향의 유권자들은 박근혜씨의 사례를 겪고 나서도 또 박근혜씨와 비슷한 부류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씨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번 대선의 후보는 예를 들면, 70% 득표 같은 압도적 승리는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한때 적어도 80% 이상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촛불 민심 같은 게 선거판에 그대로 투영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다자구도든, 양자구도든 박근혜씨와 대척점의 후보가 60% 안팎을 거둬들인다면 ‘겁나게’ 많은 득표를 한 것이고, 절반만 넘겨도 선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씨를 지지한 사람 가운데 그와 대척점에 있는 후보에게 넘어올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유권자들이 막연히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전자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것도 민주화 확산과 정착에 일조하지 않을까?

대선 다음으로 ‘재미있는’ 테니스

“올 여름 까지 흥미만점 보장돼 있어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로 상징되는 테니스의 황금기, 그 가운데서도 2017년 올 한해는 그 흥미진진함에 있어서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단순히 테니스를 넘어서 스포츠 역사상 흔치 않은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고 ‘빈발’하는 탓이다.

연간 70개에 육박하는 세계 남자 테니스 대회 중 4월 7일 현재 20개 토너먼트가 끝난 시점의 기록만으로도 올 한해는 ‘파란’과 ‘놀라움’이란 단어들로 수식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호주오픈을 비롯해 4월초 막을 내린 마이애미 오픈까지 3개의 가장 큰 대회를, 우리 나이로 37세인 페더러가 부상 복귀 후 싹쓸이 한 탓이다.

그러나 팬들 입장에서 흥미만점인 파란의 연속은 페더러의 눈부신 귀환으로 끝이 아니다. 4월 17일 개막하는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대회를 필두로 6월 11일 끝나는 프랑스 오픈까지 ‘이변’의 연속은 예약이 된 거나 다름없다. 이변과 파란은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름의 한 복판인 7월 16일 폐막될 윔블던까지 이어질 확률이 지극히 높다.

열흘 안팎으로 다가 온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대회 시작은 이른바 ‘유로 클레이'(Euro clay) 시즌의 출발점이다. 유로 클레이란 말 그대로 유럽의 흙 코트에서 열리는 일련의 대회를 총칭한다. 흙 코트는 테니스 역사상 전무했고, 아마도 후무의 가능성 또한 농후한 나달의 오늘을 있게 한 구장이다.

유로 클레이 시즌은 일단 프랑스 오픈에서 종지부를 찍는데, 몬테 카를로 마스터스를 필두로 프랑스 오픈 전까지 마드리드 오픈, 이탈리아 오픈 등 마스터스 대회가 3개나 열린다. 마스터스 대회는 우승 포인트가 1000점으로 2000점인 그랜드슬램 다음 급의 대회이다. 보통은 테니스 강자들이 빠짐없이 마스터스 대회에 참가해 우승컵을 휩쓸어 간다.

연간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는 모두 9개인데, 달포 남짓한 유로 클레이 시즌 동안 무려 3개가 집중된 것이다. 올해 유독 유로 클레이 시즌이 주목되는 건, 거듭된 부상으로 지난 2~3년간 최악의 시즌을 보낸 나달이 전성기 기량을 급속히 찾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나달의 부활은 태양처럼 홀로 빛난 페더러의 그늘에 가려져 덜 주목을 받았을 뿐, 그 또한 극적이었다. 나달은 올들어 지금까지 열린 3개의 큰 대회, 즉 호주오픈(결승), 인디언 웰스 마스터스(16강전), 마이애미 마스터스(결승)에서 페더러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매번 페더러에게 패해 우승 길이 막혔었다.

“원하는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올 클레이 시즌에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걸고 있다.” 나달이 지난 주 막을 내린 마이애미 오픈을 뒤로 하며 남긴 말에서 알 수 있듯 올해 유로 클레이 대회는 지난 4~5년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나달이 흙 코트에서 전성기 기량에 근접하는 대신, 현 랭킹 1,2위인 머레이와 조코비치는 둘다 팔꿈치 부상 등으로 경기력이 2015~2016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이다. 여기에 또 페더러가 프랑스 오픈을 제외하고는 유로 클레이 대회들에 일체 출전하지 않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일부 전문가들은 나달이 유로 클레이 시즌을 호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4~5년 나달의 부상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흙 코트의 ‘주인’은 조코비치였다. 또 빅5로 쳐주는 스탠 바브링카 역시 흙 코트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탓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한 달 반 사이에 거듭되는 10개 가량의 흙 코트 대회를 나달이 석권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큰 대회인 마스터스 3개 토너먼트를 나달이 휩쓸지 여부가 일차적인 관전 포인트이다. 나달이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이탈리아 등 3개 대회에서 2개 이상 우승컵을 수집한다면 유로 클레이의 절정인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확률도 그만큼 높다.

흙 코트에서는 매번 나달에 막혔지만, 여전히 흙 코트에서도 전성기 강자였던 페더러가 올해 유일하게 참가하는 유로 클레이 흙 코트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서 어떤 성적일 보일지도 주목된다. 페더러가 기술적으로 흙 코트에서는 나달에 비해 밀리지만, 나달은 유로 클레이 시즌을 계속 뛸 계획인데 반해, 페더러는 지난주부터 휴식에 들어갔고, 프랑스 오픈에서야 재개의 라켓을 거머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만큼 싱싱한 상태에서 토너먼트에 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페더러는 그의 기술, 신체적 특성에 가장 적합한 잔디 시즌에 온힘을 쏟아 부을 계획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페더러는 전성기 시절 거의 매년 복수의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2010년 호주 오픈 우승을 끝으로 그랜드슬램 대회 ‘가뭄’을 겪어왔다. 올해 호주 오픈 우승으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지난 7년 침체기 가운데 유일한 그랜드슬램 우승은 2012년 윔블던이었고, 전문가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페더러는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서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파란과 이변으로는 단연 올 들어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테니스, 그 테니스가 최소한 올 여름까지는 흥행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팬들이라면 그 어느 시즌보다 즐거울 듯하다.

점심 어디로 먹으러 갈까?

시골서 혼자 일해보니 직장 식사시간이 그리워졌다
“제 차는 너무 지저분한데요. 창피해요.” “그렇다면, 과장님은 누구 차에 타셔야지?” 지난 수요일 시청의 한 부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58분, 직원들이 막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 의자에서 하나 둘씩 일어나려는 참이었다. 시골에 살다 보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면사무소나 시청 같은 관청을 찾아야 하는 일들이 잦은 편이다. 필요한 서류를 시청 담당자 책상에 던지듯 주고 돌아 나오는데,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아~, 내가 직장이 없는 사람이구나.”

직장다운 직장을 마지막으로 다닌 게 2008년이었다. 그 해 하반기 현재 살고 있는 시골에 조그마한 땅을 장만하고, 이듬해 초 바로 집을 지어 이주했다. 중간에 1년 반 정도 다른 나라에 나가 있기는 했지만, 직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또 2014~2016년에는 아이 엄마의 자영업을 도왔는데, 그것도 틀이 잡힌 직장, 이를테면 일정한 규모를 갖춘 전형적인 회사나 기관의 직원으로서는 아니었다.

올해로 9년째, 업무 형태를 기준으로 하자면 난 프리랜서 신분으로 분류돼야 할 듯 하다. 물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했으므로, 농업 경영인으로 볼 수 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틈틈이 손이 나는 대로 아이 엄마의 사무도 보조했으니, 사무 프리랜서이기도 했다. 글을 써서 약간의 수입을 올리는 점까지 감안하면 자유기고가이기도 한 셈이다.

시골 살며 하는 일들은 대부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뭐 하세요?”하고 주변 사람들이 물으면, 설명하기가 복잡해 ‘백수’라고 답하는 건, 무엇보다 소속된 직장도 단체도 없이 프리랜서로 지내는 탓이다. 기간이나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 혹은 직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땅을 파고 내일은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새벽에 가끔은 글도 쓰고 때때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입에서 단내가 나게 막노동도 한다.

요즘처럼 농사 일이 바쁘게 돌아가는 철이면, 주업은 두말할 나위 없이 농사이다. 이른바 귀농인들 혹은, 주말에 농장을 가꾸는 사람들은 대략 짐작하겠지만, 농사 관련 일들이 노동의 강도로만 따지면 대체로 도시 공사판에서 막노동과 엇비슷하다. 특히 기계나 화학비료 농약 사용을 달가워하지 않는, ‘손으로’ 농법을 고집한다면 더욱 그렇다.

가끔은 일에 쫓기면 점심도 거르는데, 수요일 시청 직원들의 ‘점심 준비 대화’에 옛 시절이 갑자기 유난히 그리워졌던 건 오전 시간 강도 높은 노동으로 배가 무척 고팠던 탓도 있을 것이다.

나 홀로 작업의 동반자 망울이.


사회생활을 직장 출퇴근으로 시작한 건, 1988년 가을이었다. 워낙 성격이 제멋대로라, 속된 말로 태생이 직장인 체질이 아니었다. “부장님 그런 말씀 마세요. 난 좀 있다가 시골로 갈 사람인데요.” 회사원 생활을 시작한지 10년도 못돼 부서장이 업무를 과다 배정하면서, 인사 고과를 거론할 적이면 단칼에 “마음대로 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을 만큼, 직장 그만 둘 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니 ‘직장 동료애’ 같은 게 내게는 일체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헌데 어제 시청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아스라히 회사원 생활을 할 때 점심 시간들이 그리워지며, 그네들이 부러운 거였다. 생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급여가 나오는 안정된 일터가 있기 때문에, 혹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퉁퉁 부을 일이 없는 사무직종 근무자들인 까닭에 그들의 점심 대화에 옛 시절이 떠오른 건 전혀 아니었다.

“동료, 그래 나에게도 동료라는 게 있었지”하는 생각을 시청 직원들의 대화가 불현듯 일깨워준 거였다. 점심 시간을 앞두고 대한민국 어느 직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화가 새삼 귀에 밟혔던 것은 매사를 혼자 처리하는 프리랜스 업무에 어느 사이엔가 조금은 지쳐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그래도 깜냥에 자연을 닮은 일상을 살아보겠다며 시골 정착을 서둘러 왔는데, 시골에는 동병상련하는 ‘직장 동료’가 없었다. 물론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웃들을 일상적으로 대하고, 귀농인 혹은 귀촌인들을 이따금씩 보기는 하지만 도시에서의 직장 동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점심 시간 풍경으로 치자면.

시청에 일을 보러 다녀온 건 집 근처에 자영업 사무실을 내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번 역시 직원 한 사람도 두지 않는 나 홀로 자영업인데다, 그간의 주업이었던 농사를 손에서 놓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보면 프리랜서로서의 지난 9년 생활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논과 밭 산으로 둘러 쌓인 시골 마을에서 농사에 더불어 자영업을 겸한다는 게 어떤 모습일지 지금으로써는 상상이 잘 안 된다. 내가 사무실을 내려 하는 점포 바로 옆으로는 미용실, 세탁소, 피아노 교습소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그 곳 주인들과 과거 직장의 동료들처럼 지내게 되려나? 길 건너 농협분소 직원들과 가끔은 점심이나 같이 하게 될까?

사무실 개업 승인이 제때에 나는 게 지금으로서는 우선 바램이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자영업이 시골 생활에 일정 부분 변화를 가져올 것만은 확실하다. 삽이나 쇠스랑, 낫을 부여잡고 작물이나 땅과 대화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줄어들 듯 하다. 또 사무실 자영업은 친가, 처가, 외가 등 이른바 ‘3가’의 집사 일도 적당히 물리칠 수 있는 핑계거리가 될 것 같다.

프리랜서로 살아온 지난 9년은 ‘손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3가’의 자잘한 일들이 내 몫으로 떨어지곤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심부름 성 일들이며, 집안 공동의 일들 예를 들면 ‘3가’의 식구들이 먹을 된장이나 간장을 담그는데 어머니의 보조 일꾼으로 나서야 하는 건 항상 내 차지였다.

또 버리자니 아까운 그러나 평소 별로 쓸 일이 없는 도시에 사는 형제들의 너저분한 짐들의 창고 보관도 온전히 내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물론 예의 직장 동료 없이 나 혼자서. 오매불망 노래해 온 시골에서의 ‘자유로운’ 삶이, 내겐 없다고 간주해왔던 구속 혹은 속박의 동의어 같은 직장의 동료애를 일깨워 준 건 그러니 아이러니다.

사족이지만, 감히 조언컨대 직장을 갖고 있다면 점심 시간의 정을 만끽들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회사에서의 점심일지라도 말이다. 혼밥 혼술의 매력과 장점도 없지 않겠지만, 훗날 언젠가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소한 대화와 정들이 담긴 시간이 될 터이니.

페더러가 동호인에 보여준 건?

나이 들어도 테니스 실력 ‘업’된다
미국 서부 사막에서 연일 ‘테니스 돌풍’이불고 있다. 올해 첫 마스터스 토너먼트인 캘리포니아 주 ‘인디언웰스'(Indian Wells) 대회에서 파란과 이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 시간 16일 오전 열린 페더러와 나달의 16강전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페더러가 싱겁게 나달에게 세트 스코어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바로 직전에 열린 노박 조코비치와 신세대의 선두주자 닉 키리오스경기에서도 세계 2위 조코비치가 0-2로 완패했다.

새롭게 거듭난 페더러의 백핸드. 나달을 꺾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매년 3월 초중순 열리는 인디언 웰스 대회는 강한 계절풍으로 선수들이애를 먹는데, 올해는 평년에 비해 바람이 유난히 불지 않는 편이었다.헌데 상위권 선수들이 초반 줄줄이 짐을 싸고, 준결승 혹은 결승에서 맞붙어야 할만한 기량을가진 선수들이 16강전이나 그 이전에 맞붙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페더러와 나달은 올해 첫 그랜드 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 결승에서 만나 페더러가 세트 스코어 3대2로 신승을 거뒀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두 선수의 상대 전적에서는 이 경기 전 나달이 여전히 23승12패로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16일 페더러 나달 경기가 있기 전,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이기든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헌데 페더러는 첫 세트 6-2, 두 번째 세트 6-3으로 한 시간 남짓에 걸쳐 손쉽게 나달을물리쳤다.

스카이 스포츠 채널의 영국인 해설자는 경기 중 “(만)35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발전하는 원핸드 백핸드 기술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ESPN 분석가는 “그간 나달의 승리 원천이었던 (취약한) 페더러의 백핸드가 반대로 나달에 대한 공격 무기가 됐다”고 평했다. 나달 자신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더러의 리턴에 답을 내놓을수 없었다”고 상대의 받아치기를 칭찬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분석은 30대 이상의 베테랑 프로선수들은 물론중장년 테니스 동호인들에게도 귀가 솔깃한 얘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우리 나이로 37세인 결코 젊다할 수 없는 페더러가 여전히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그 것도 한물 간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 한 손 백핸드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1위로 가장 유력하다는 키리오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를 이미 한번씩 꺾은 바 있다.


국내 중장년 테니스 동호인들의 절대 다수는 한 손 백핸드를 구사하고 있다. 페더러백핸드 최근 기술적 진보의 핵심은 공을 반 박자 혹은 한 박자 빨리 잡아 치는 것이다. 왼손잡이 나달은역대 최강으로 평가되는 톱스핀으로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를 크로스로 집중 공략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페더러는 베이스라인에 가까이 붙어 나달의 백핸드쪽 톱스핀 공을 빨리 잡아챔으로써 그 동안보다 최소 30센티 이상 지면에서 낮게 공이 뜬 상태에서 나달에게 리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페더러는 이와 함께 경기 후 수년 전 헤드 면적이 커진 라켓으로 바꾼 것이 백핸드를 빨리 강하게 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덧붙였다.

페더러는 기존에 사용해 오던 헤드 면적 약 580평방 센티미터 라켓을 2014년부터 포기하고, 632평방 센티미터의 라켓으로 바꾼 바 있다. 페더러는 “기존 라켓은 슬라이스와 포핸드 스트로크에서 강점이 있었으나, (현재 사용하는) 헤드 사이즈가 큰 라켓이 좀 더 쉽게 강한 파워를얻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8강전에서 조코비치를 꺾은 키리오스와 만나게 되는데, 이번 대회에서 가장 볼만한 경기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키리오스는 20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다양성에서 페더러에 필적할정도로 노련하다. 또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하고 스핀이 많은 서브는 세계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다만 감정 조절에 약점이 있어 이따금씩 어이 없는 경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인디언 웰스 대회는 10여 년 넘게 랭킹 1~2위급 선수들이 우승한 대회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조코비치가 5차례, 페더러가 4차례, 나달이 3차례 우승한 바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유일한 예외는 페더러의 현재 코치로 페더러보다 두 살 위인 이반 류비치치의 우승이었다.

1,2위인 머레이와 조코비치 대회 초중반 탈락한 현재 최상위 랭커는스탠 바브링카인데, 32강전까지 순항한 바브링카는 16강전에서 일본의 신예 요시히토 니시오카에게 패배할 위기까지 몰렸다가 가까스로 기사회생했다. 둘의 16강 전은 바브링카가 잘 못쳤다기 보다는 니시오카의 경기력이 빛난 한판이었다.

니시오카는 한국의 기대주 정현보다 한 살 위인 21세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세계 랭킹에서 정현보다 밑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선전으로 단박에 60위권 안팎까지 랭킹이 수직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은 92위로 하락세를 보이고있다.

동양인 선수로도 단신인 170센티미터의 니시오카는 테니스에서 유연성과좋은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예시하고 있다. 전신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탓에 키에 비해 강하고 스핀이많은 서비스와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정통 스타일과 다소 차이가 있는,즉 관절의 부드러운 이용이 적은 서비스와 스트로크 자세를 가진 정현으로서는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이 밖에도 올해 인디언 웰스 대회는 테니스 팬 혹은 동호인들이라면 쉬 잊기 힘든 여러 기록들을 양산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앤디 머레이가 첫 경기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 대회의이변의 예고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인디언 웰스 대회는 테니스 마스터스 대회 사상 가장 심하게 뒤틀린 대진표 편성으로 경기가 치러지기도 전에이런저런 말들을 낳았다. 32강까지 랭킹에 따라 시드가 배정된 가운데2위 조코비치가 자리한 쿼터에 강자들이 일방적으로 대거 몰리는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시드 1번의 머레이와 3번의바브링카가 대진표의 절반을 리드했다면, 2번 조코비치와 4번니시코리가 포진한 나머지 대진표 절반에는 페더러와 나달, 그리고 20세언저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랭킹도 높고 실력도 출중한 키리오스(16위)와 알렉산더 츠베레프(20위)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과거 페더러를 꺾고 유에스 오픈 우승컵을 가져갔던 후안 마틴 델 포트로도 조코비치 쿼터에 자리했다. 또 두어 해전 유에스 오픈을 우승한 경험이 있는 마린 칠리치도 조코비치 섹션에 배정됐다.

머레이 쪽 대진표 절반에 속한 선수들의 수집한 그랜드 슬램 우승컵은 머레이와 바브링카 각 3개로 모두 6개에 불과했다. 반면조코비치 섹션에는 페더러 18개, 나달 14개, 조코비치 12개, 델 포트로와 칠리치 각 1개로 모두 46개에 달했다.

마스터스 대회 사상 가장 한쪽으로 기울어진 대진표가 사막의 돌풍을 불러 온 주요인 가운데 하나임은 두말 할 필요없다. 아울러 테니스 사상 기량이 가장 출중한 스타들, 즉’빅4’로 불리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의 시대가 절정혹은 절정에서 막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신예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세대교체의 바람 또한 돌풍을 한층 거세게 하고 있다.

손님 와글와글 짬뽕 우성관

최근 마당 한켠에 나무를 심고 중국음식점 우성관을 찾은 건 낮 12시 45분이었습니다. 평소 즐겨먹는 짬뽕밥을 주문했는데요, 음식이 나온 시간은 정확히 12시 15분 즉 딱 30분 걸렸습니다. 정오~오후 1시 사이에 가면 항상 이런 식이더라고요. 첫째는 손님이 많아서이고요, 둘째는 추정컨대 주문받은 음식은 주문을 받은 뒤에야 이것 저것 만드는 바람에 늦는 거 같습니다. 11시 45분 이전 혹은 1시 15분 넘어서 가면 음식 나오는데 보통 15분쯤 걸리는 걸 보면 말이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밥. 우성면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오이로 담은 오이 김치가 아주 맛있다.

짬뽕으로 공주 지역에서는 유명한 집인데요, 다른 음식들도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골 음식점치고 놀랄만큼 사람이 많이 와서 주차장이 좀 부족한데 뒤편이나 가까운 면사무소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합니다. 시아버지부터 시어머니 며느리까지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데,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영업합니다.

“큰 돈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영업시간이 짧으냐”고 며느리 분께 여쭈니, “연로하신 아버님이 길게 영업을 하길 원하셔서, 건강을 고려해 식구들이 무리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중국 음식점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큰 후회는 없을 듯 합니다. 041-855-5679

전원주택 농가주택 등기 나홀로 할 수도 있어요

시골이든 도시 외곽이든 주택을 지었다면, ‘내 것’이라고 소유권을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등기입니다. 건물의 소유권을 최초로 확인하는 등기를 가리켜, 소유권 보존등기라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출생등록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등기는 그 종류가 아주 많은데요. 아주 까다로운 케이스가 아니라면, 주택 소유권 보존등기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셀프등기에 가장 적합한 등기가 소유권 보존등기 되겠습니다.

등기는 보통 의무자와 권리자가 있기 마련인데, 소유권 보존등기는 등기권리자 즉 등기명의인만 있다는 점에서 ‘외톨이’ 등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공공건물이나 집합건물의 경우는 소유권 보존등기가 간단치 않으나, 개인의 전원주택이나 농가주택이라면 몇가지 서류만 챙겨서 법원(등기소)에 가면 됩니다.

준비서류는 1. 주민등록초본 2. 도장(꼭 인감도장일 필요 없음) 3. 신분증 4.건축물대장등본 대략 이 4가지 정도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등기소에 가셔서 양식을 작성해 제출하면 되는데, 양식 작성 과정에서 등기관이나 직원 등에게 질의할 수 있습니다.

등기관이나 법원 직원이 등기신청서 작성을 도와 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등기관 등은 신청서의 적부를 판단하는 게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판사에게 피고나 원고가 소장 작성을 도와달라고 할 수 없는 것과 크게 보면 같은 이치입니다.

“나무가 왜 좋은지는 나도 몰러유”

우성면 동곡리 노오종씨의 남다른 나무 사랑

“가만 있자. 모과, 꽃 복숭아, 감나무, 주목, 사철나무…. 그래도 40가지는 안될 것 같은디.” 옆집의 노오종 아저씨는 느리게 고개를 두어 번 가로로 저였다. 70대 초반의 노 아저씨는 용달 화물트럭 일을 하는 틈틈이 나무 키우고 가꾸기를 즐기는데, 그의 집에는 웬만한 조경업체 뺨칠 정도로 나무들이 많다.

매일 노 아저씨네 정원을 바라보며 난 아저씨네 나무가 최소 40종은 된다고 생각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엊그제, 나의 제안으로 아저씨네 정원을 직접 돌아보면서 나무 종류를 헤아려보기로 했다. 하나 하나 손가락을 꼽으며 세다가 37종에 이르러 그만뒀다. 집 뒤편으로 자리한 향나무 소나무 등까지 포함하면 너끈히 40종은 넘을 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허어~, 좀 되네. 근데 어떤 것은 이름도 몰러.” 노 아저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는데, 그 모습이 ‘역시’ 나무 같은 느낌을 줬다.

수목 천지인 곳이 시골이지만, 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나무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아니, 남다르게 나무를 좋아하는 노 아저씨 같은 시골 사람을 찾아보기가 예상 외로 쉽지 않다.

옆집의 노오종 아저씨가 나무 키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 아저씨는 나무가 왜 좋은지 이유를 똑 부러지게 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냥 천성인가 보다,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나무를 보면 편하잖아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계절에 순응하고, 심지어 예쁜 강아지마저도 변덕을 부릴 때가 있는데, 나무는 언제나 한 모습이어서 좋은 게 아닐까요?”

아저씨는 내 물음에 반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한테 선물 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만한 이렇다 할 선물이 없다. 하지만 딱 하나 아저씨가 공짜로 준 느티나무와 소나무만큼은 내 평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저씨는 30 년 전 공주 시내의 한 조경업체에서 조경수 운반기사로 일하면서 나무에 마음을 알게 모르게 뺏기기 시작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 뒤 두어해 정도 잠깐 서울살이를 한 적도 있지만, 귀향하기 무섭게 나무를 심고 가꾼 것은 그러니 그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네의 몇몇 사람들한테 듣기로는 노 아저씨는 평소 나무 나눠주는 걸 즐긴다는 거였다. “저거 이름은 모르겠는데, 하나 가져다 심을텨?” 나무 종류를 헤아리는 동안에도 수차례나 아저씨는 마음에 들면 나무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게 15년 생 쯤은 돼 보이는 멋진 소나무를 주기 전에도, 잇속 빠르게 돈으로 계산하면 100만원 어치는 족히 될 다른 소나무를 건너 마을의 한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나무에 대한 순수하고도 남다른 애정 때문인지, 그가 가꾸는 나무들은 여간해서 가뭄을 타지도 않고 옮겨 심어도 잘 죽지 않는 거 같다. 또 그는 자신의 정원 나무뿐만 아니라 집 근처 동네 길가에 세워져 있는 주인 없는 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해주는 등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신나서 나무 손질을 한다.

옆집 아저씨가 준 우리 집의 소나무와 느티나무. 내 평생 최고의 선물이다.


주업인 용달 트럭운전 외에 약간의 밭 작물도 기르면서, 틈나는 대로 나무 손질에 정성을 다하는 아저씨는 천생이 ‘자연주의자’인 듯하다.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 8년 동안 그를 가까이서 지켜 본 바 그렇다.

귀농도 귀촌도 아닌,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 즉 귀연을 꿈꾸고 시골로 거처를 옮긴 게 2009년이었다. 헌데 자연과 가까운 시골에 산다고 다 자연주의자는 아니다. 사람은 적은데 농토는 남아돌 지경이니, 시골에서 농사로 생계를 꾸리려 한다면 기계나 화학비료 농약 등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젠가 한번 얘기한 적이 있지만,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톨 안 쓰고 400 평쯤 되는 밭을 부치다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욕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게 한두 차례가 아니다. 그만큼 풀 그리고 곤충이나 벌레들과 싸움이 힘들다.

그러나 아저씨는 가능하면 볏짚을 이용해 보온하고 닭똥 등을 퇴비로 활용하며 농약통을 짋어지는 대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여름에 밭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멘다. 요즘 부쩍 관심을 끄는 유기농이니 자연주의 농법이니 하는 걸 그가 배우려 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또 아저씨는 그 같은 단어 자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자연주의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방증은 나무를 유달리 좋아하는 점 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어 해전 공주시청에서 아저씨와 우리 집 앞으로 이어지는 도랑을 콘크리트 수로로 깔끔하게 바꿔준 적이 있었다. 시골 사람 열이면 아홉이 좋아하는 그런 시청 공사를 두고 아저씨가 혼잣말로 나지막이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게 자연스럽고 훨씬 좋은데…”라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또 이른바 ‘푸세식’ 화장실을 오랫동안 고집해 온 것도 아저씨의 자연주의 품성을 짐작케 한다. 지난 가을 “엉덩이 얼어 터져 제 명에 못 살겠다”는 아주머니의 해묵은 원성을 끝내 어쩌지 못하고 개조공사를 벌이긴 했지만, 그는 무엇이든 인공적인 건 최소한도만 하려든다.

3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드는 요즘 이런저런 이유로 나무 심기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관상용으로 혹은 울타리로 또 혹은 과일수확이나 수목 판매 등으로, 저마다 나무를 심는 이유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나무를 사랑한다면, 그 마음은 자연주의에 맞닿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무 하나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땅을 흔히 ‘불모’라는 단어로 수식한다. 불모의 땅이 생명을 품을 수 없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자연주의란 섭리에 순응하는 삶의 양식일 것이다. 수목이 존재해야 사람도 동물도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출발점일 터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 걸쳐 주소지를 둔 곳이 족히 20곳은 된다. 그 중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실천적 모습에서 옆집 아저씨만한 이웃은 없었던 듯하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옆집 아저씨를 보며 느낀 점은 나무에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치고 최소한 나쁜 사람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무에 대한 사랑과 헌신 정도는 어쩌면 자연주의 삶을 가늠해 보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땅도 남자 여자가 있어요

약한 수놈(남자) 땅의 한 예. 양 옆으로 도랑을 끼고 있지만, 배후로는 바람막이가 있다.

대지든 농지든 땅도 성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자 땅, 남자 땅이 있다는 거지요.

암수 땅은 세분하면 4가지로 나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강한 암놈, 강한 수놈, 약한 암놈, 약한 수놈이 그 것입니다. 물론 중성이라 할만한 땅도 있지만, 한반도는 산악지형이라 상대적으로 중성 땅이 드뭅니다.

수놈 땅은 외향적이고 좀 드셉니다. 반면 암놈 땅은 푸근하고 내성적이라고나 할까요. 산과 계곡으로 지형을 대별한다면, 계곡은 암놈 산은 수놈이 되겠습니다.

“땅에 기(혹은 기운)가 있다”는 말을 믿지도 안 믿지도 않습니다. 다만 지형을 고려하면 태양 바람 토질 식생 등과 땅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땅에 기운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암놈이야 수놈이야 따라 인접한 땅이라도 성질(기운)이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이 살기 무난한 땅은 약한 암놈 혹은 약한 수놈이 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깊은 계곡이나 물이 잘 고이는 땅은 본질적으로는 암놈이지만 그럼에도 볕도 잘들고 배수도 무난하다면 약한 암놈 되겠습니다. 또 높은 산허리가 언덕 위에 위치해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수놈일 확률이 높은데, 수놈 중에서 거센 바람을 맞지도 않고, 지나치게 주변으로부터 노출 돼 있지 않다면, 약한 수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 즉 성격이 독특하지 않고, 심신의 건강도 그만그만한 사람이라면 약한 암놈이나 약한 수놈 땅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게 환경을 평안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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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개 얼마면 적당할까


우리 집 닭은 암컷이 6마리, 수컷이 2마리이다. 반쯤은 반려동물이지만, 무엇보다 유정란을 얻을 목적으로 키운다. 6마리의 암탉 가운데 불임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같은 시기 즉 2월에서 3월 사이에는 하루 평균 서너개의 알을 낳는 듯 하다.

8마리의 닭은 바닥 면적 약 40평의 공간에 살고 있다. 주 먹이는 옥수수 배합사료지만 국물 내고 남은 멸치, 과일이나 채소 자투리, 그리고 이따금씩 고기 부스러기나 건더기도 제공된다. 3월 들어 밭과 마당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어린 잡초들의 새싹도 뜯어 주고 있다.

사료 값 절약이 곧 유정란 생산 원가 저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요즘엔 한달 3포대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1포대 당 가격은 두 달 전보다 1000원 싼 1만2000원, 한 달에 3만6000원 정도를 사료 값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요즘엔 한달 평균 100개 안팎의 달걀을 얻는 거 같다. 그렇다면 달걀 하나 얻는데 약 360원이 기본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아침과 오후 늦게 두 차례 먹이와 물을 주는데 걸리는 시간 대략 25분, 여기에 40평 가량의 땅을 할애하고 있으니 달걀 생산 원가를 따진다면 개당 최소 500원쯤은 돼야 손해가 없을 듯 하다.

500원 이라는 가격에는 유통이나 포장 등의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나 같은 초보가 키운 방사 유정란의 가치는 최소 수준이 500원인 셈이다.